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6ㆍ25전쟁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메뉴

ENGLISH

국민과 함께

전쟁 없는 세상에서 편히 잠드시실...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 가보니

2020.11.20

6·25전쟁은 1945년 종전을 맞은 2차 세계대전과 같은 국제전 양상을 띈 전쟁입니다. 작게는 남한과 북한, 크게는 공산군과 연합군과의 전쟁이었습니다. 게다가 국제연합(UN)이 창설되고 나서 첫 연합군의 공식적인 전쟁이었으며, 6개 대륙 총 22개국에서 193만명의 영웅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이억만리 타국에서 용감하게 싸웠고, 아쉽게도 4만여 명의 유엔군이 전사했습니다.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거나 포로가 돼 생사를 알 수 없는 분들도 상당했습니다. 

 

오늘은 경기도 연천군을 찾았습니다. 6·25전쟁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 자원이 넓게 분포돼  있는 곳입니다. 그동안 6·25전쟁과 관련한 유명한 전투, 혹은 전쟁영웅들의 이야기,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의 유적과 문화재를 찾아왔습니다. 잊혀진 용사들 혹은 깊은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은 그동안 찾아올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에 있는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을 답사했습니다.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은 경기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610번지 산77-2에 위치해 있습니다. ‘화장장 터’라는 명칭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화장장 시설이 꽤 온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시설’이라는 명칭을 얻었습니다. 연천군 미산면 마동로를 따라 북쪽으로 당포성을 향해 가는 길 오른쪽에 조그맣게 이정표가 있었습니다. 등록문화재 408호로 등록돼 있습니다. 
들어가는 길이 생각보다 정비가 돼 있는 편입니다. 차량도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안쪽으로 100여m를 들어가면 된다고 돼 있으니, 무거운 마음으로 천천히 걸어가 보았습니다. 



입구 뒤로는 늦가을의 석양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유엔군의 화장장이 이 뒤에 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이억만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목숨을 바쳐 용감하게 싸웠을 그들, 중공군의 갑작스런 참전으로 인해 한치의 전황을 예측할 수 없이 전쟁이 장기화, 고착화되면서부터 얼마나 고향땅을 그리워 했을지 감히 짐작할 수 없겠습니다. 저 앞쪽으로 높은 굴뚝이 보입니다. 화장장 시설에 다왔습니다. 스산한 분위기이지만, 무겁고 진중한 마음으로 올라갑니다.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국가등록문화재 408호’라는 설명이 크게 와닿습니다. 2008년 10월 1일 지정됐습니다. 그 동안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문화재 구역 주변에 경작이나 불법 변경 행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화재 등록 후에는 보존 상태도 매우 좋고, 주변도 정비가 잘 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화장장 시설은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저보다 먼저 이곳을 다녀가신 분들이 있나 봅니다. 시설 중심부였을 것으로 생각되는 곳에는 작은꽃과 가을밤, 그리고 작은 사탕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지난번 파주에 있는 설마리영국군전적기념비에 가지런히 꽃이 놓여져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사상 최대기간의 장마기간이었는데도 누군가는 이렇게 6.25전쟁에서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영웅들을 기억해주고 있다는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분들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은 1952년 만들어졌으며, 휴전 직후까지 사용한 시설이라고 합니다. 돌과 시멘트를 이용해 벽을 만들었고, 벽을 만드는 방식은 주변에 있는 돌들만을 이용해 불규칙하게 쌓아 올리는 ‘허튼층쌓기’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당시 어느 곳에 이런 화장장 시설이 운용됐을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중공군 참전 이후의 서부전선은 일진일퇴의 혼전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돌아가신 영웅들을 정식으로 장례를 치러드리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주변의 돌들과 시멘트만을 이용해 화장장 시설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단 한 곳만 남았지만, 보존 상태가 매우좋기에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한 연구와 보존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특히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는 화장장의 굴뚝이 6·25전쟁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기념비, 전적비도 아니고 전사자들을 화장하던 화장장 시설의 굴뚝일 뿐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 어느 것보다도 소중한 문화재로 남아 있습니다. 굴뚝 곳곳에 까맣게 그을린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곳이 휴전 직후에도 활용되었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슬프기 그지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은 6·25전쟁에 대한 중요한 유적지이자, 유엔군을 추모할 수 있는 추모의 공간으로 온전히 남아 있습니다. 



화장장 시설의 외벽은 일부 훼손, 망실돼 있습니다. 조금은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외벽의 잔해들이, 6·25전쟁의 아픔은 물론 전쟁 중 장렬하게 전사해간 분들처럼 느껴졌습니다. 문화재 등록 이후 다양한 방법의 관리 방법이 모색되었다고 합니다. 정식으로 추모공원을 만들어 많은 분들이 6·25전쟁의 아픔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쓰러져 간 유엔군의 영웅들을 추모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꽃을 준비하지 못해 두고 가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당신들이 지켜 낸 대한민국을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전쟁의 비극이 없는 세상에서 편히 영면하시길 바랍니다.